ATTENTION 작성일 2011-08-11
PCO인으로서의 자긍심을 가지자 [계간마이더스]
작성자 : 인터컴 조회수 : 6837

보도사 : 계간더마이스


PCO인으로서의 자긍심을 가지자.
-PCO의 Positive Positioning-

 

(주)인터컴 석재민 부사장

 
국내 PCO의 역사가 어느덧 30년을 내다보고 있다. 미비하게 시작되었던 국내 PCO산업은 그 동안 발전을 거듭하여 질적, 양적으로 큰 성과를 거두었다. 국제회의 개최건수에서 세계 11위(‘09년 기준 347건’)를 기록할 정도로 그 규모가 커졌고, ’APEC 정상회의’, ’2009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이어 지난해 11월에는 ‘서울 G20 정상회의’까지 성공적으로 치러내면서 그 역량 또한 세계 최고수준에 도달했음을 입증했다.
 
정부에서도 PCO를 비롯한 MICE 산업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고, 정책적 지원을 약속하고 있어 미래가 밝다. 하지만 PCO 산업의 전체 규모가 커지고 국내외적인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업계 안팎으로 여러 가지 문제점들도 가시화되고 있다는 것도 국내 PCO 업계의 한 단면이다. 더욱이 이런 문제점들에 대해 PCO업체들이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우려되는 바가 크다.
 
 
‘가격’으로 뒤바뀌는 PCO 대행사 선정
PCO선정에 있어서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것은 PCO의 전문성, 즉 행사 기획력과 실행력일 것이다. 하지만 실제 선정과정에서는 이러한 요소들보다는 ‘가격’이 보다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정부나 공공기관 행사의 경우 조달청을 통해서 입찰을 하는데, 제안요청서의 대부분은 기술점수 80점, 가격점수 20점을 만점으로 점수를 합산하여 PCO를 선정한다. 행사 입찰가격의 경우 담당자가 사전에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해당 행사를 성공적으로 개최하기 위한 적정 예산을 산출하여 공지되지만, 입찰과정에서는 제시된 입찰가격의 최저 80%의 금액을 제안할 수 있고, 그 중 최저가의 금액을 제시한 업체에게 20점 만점을 주는 방식이다. 이런 방식 때문에 회사의 안정성 및 신뢰성, 제안서 준비 및 발표 등의 기술점수에서 1위를 한 업체가 가격점수에서 뒤져 선정업체가 바뀌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심지어 일부 업체의 경우 금액에 상관없이 일단 행사를 수주하고 보자는 식으로 입찰가격을 제출하여 조달청의 예상 기준금액이 낮아지게 하는 경우도 일어난다. 이런 식으로 낮은 가격을 제시한 회사가 행사를 수주하게 되면 부득이하게 예산의 공백을 메우기위하여 하청업체들에게 지불되는 행사경비나 기획 수수료를 줄이게 된다. 이는 서비스 질의 하락 및 PCO 종사자들의 과도한 업무 등으로 이어지게 되고, 이것이 결국 PCO 발전의 발목을 잡는 영세성, 높은 이직률의 원인을 제공하게 된다. 도한, 이러한 저가 입찰 때문에 고배를 마신 업체들은 다음 입찰에서는 결국 가격을 낮추게 되고, 이로 인해 결국 PCO 업체들은 제살 깎아 먹기 식의 악순환이 시작될 뿐이다.
 
요즘에는 민간기관들도 정부 및 공공기관의 입찰방식을 무조건 따라가는 추세이다. 이는 무형의 노하우 및 서비스를 가지고 유형의 컨벤션을 만들어가는 PCO 업무방식의 특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입찰방식이며, 이는 한국 PCO 산업의 질적인 성장을 저해하는 주된 요인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행사 주최자와 전문가들의 판단에 의한 적정 예산이 제시되어 있는 조건이라면 가격 점수의 비율을 이렇게 높게 가져갈 필요는 없다고 본다. 가격이 아니라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러낼 수 있는 기술력과 신뢰성을 바탕으로 PCO가 선정되어야 성공적인 행사를 보장받을 수 있지 않을까? ‘서울 G20 정상회의’의 경우 가격점수를 10%로 낮추고, 기술점수를 90%로 높인 제안요청서로 대행사를 선정하여 성공적인 행사를 치러냈다.
 
 
PCO는 광고대행사의 하청업체?
대형 행사의 경우 전문적인 PCO 업무능력을 갖추지 못한 광고대행사들이 중소 PCO 업체들과 컨소시엄을 결성하여 입찰에 참여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광고대행사들의 인지도를 빌어 행사를 수주하고자 하는 중소 PCO들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나, 이렇게 계약이 체결되는 경우 PCO 들은 대부분 광고대행사와 파트너의 관계를 유지하기보다는 하청업체의 위치에서 일을 하게 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광고대행사는 PCO업무를 할 전문적인 조직을 갖추고 있지 않기 대문에 대행체제로 PCO에게 업무를 떠넘기고, 일정 비율의 수수료를 수입으로 가져가고 있다. PCO의 입장에서는 단독으로 회의를 진행할 대와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면서도 수수료 부담을 지기 때문에 수익성은 그만큼 덜어지게 되며, PCO업무의 전문성 또한 스스로 약화시키게 된다. 또한 전문가가 비전문가의 통제를 받는 아이러니한 상황 속에서 제대로 된 서비스 질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인지도가 높은 광고대행사를 선호하는 전반적인 인식도 개선되어야 하겠지만, PCO업체들도 광고대행사의 인지도에 의존하기보다는 자신들의 전문성을 내세워야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외국계 PCO와의 M&A 및 벤치마킹?
국내 PCO 시장이 커지고 있는 만큼 외국계 PCO 기업들의 한국 시장 진출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이런 상황에서 일부 학자들은 언론 기고문이나 기관 문서를 통해 국내 PCO산업의 문제점 중 하나로 영세성을 꼽고, 그 영세성을 타파하기 위하여 글로벌 PCO업체들과의 M&A 등을 통한 대형화 및 코어 PCO(core PCO) 로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글로벌 PCO들의 코어 PCO모델은 국제기구 및 국제협회 본부, 글로벌 기업 등 상호 도움을 줄 수 있는 기반이 많은 상황에서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기회가 많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글로벌 PCO의 비즈니스 모델이 우리나라 PCO업체의 향후 발전상이라고 단정 짓기에는 적절한 보편성이 결여되어 있다.
 
그 동안 국내 PCO 업체들은 서구 선진국에서 시작된 PCO 모델들을 한국적 상황에 맞게 적용하면서 우리 스타일의 PCO 모델을 정립하여 왔다. 그리고 이러한 우리 PCO의 서비스 모델은 서울 G20 정상회의 및 수천 명의 외국인들이 참가하는 학회 및 협회회의를 비롯한 대형 국제행사들도 성공적으로 진행하면서 세계 최고 수준임을 이미 인정받았다. 민간기업들이 오로지 자신들만의 힘으로 기업을 키워 세계적인 행사들을 성공적으로 치러내어 민간외교에 큰 몫을 하고 있는 저력에 오히려 큰 박수를 보내야 한다고 본다.
 
물론 등록만 하면 PCO 업체로 쉽게 진입할 수 있는 현재 시스템에서 검증되지 않은 PCO들로 인해 PCO 전체를 부정적인 시각으로 몰아가는 힘든 상황이 발생되기도 한다. 이는 오히려 제도적으로 검증 시스템을 도입해서 우수 PCO들을 선발, 적극 지원함으로써 글로벌 PCO와 경쟁 할 수 있는 힘을 구조적으로 발전 시켜야 된다고 본다.
 
얼마 전 한 글로벌 PCO가 한국 Chapter를 만들어 본격적인 국내시장 진출을 꾀하면서 국내 PCO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그런 와중에 도 다른 글로벌 PCO는 서울 COEX를 개최지로 준비해오던 2,000여명규모의 국제회의가 생각보다 참가자 모집에서 난항을 겪고 업무진행이 순조롭지 않자 국내 조직위원들과 긴밀한 논의를 생략한 채 행사를 3개월 앞두고 취소한 일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과연 우리 한국의 PCO 업체였더라면 이런 무책임한 행동을 했을까?
 
비즈니스적인 측면만이 최우선 시 되는 외국계 PCO보다는 오히려 손님을 예(禮)를 다해 모시는 우리나라 전통적인 마인드에서 출발하는 국내 PCO 업체들의 기본적인 태도가 한국 PCO가 지닌 글로벌 경쟁력의 원천이다.
 
 
PCO인으로 자긍심을 가지자
업무상 외국 PCO업계 종사자들과 만나는 경우가 가끔 있는데 그들에게서 일관적으로 발견되는 것은 국내 PCO 종사자들에게서 찾기 어려운, 바로 강한 자긍심이다. 미팅플래너로서 그들의 직업에 대한 자긍심은 자칫 우리 문화에서 봤을 때는 오만하게 생각될 정도이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런 강한 자긍심이 바로 신지식 서비스 산업의 선두에서 세계적 PCO 업체를 이끌어가는 원동력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앞에서 논의한 국내 PCO 업계의 몇 가지 현안들도 생각해보면 우리 스스로가 우리의 일에 재한 자긍심이 부족한 데서 온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 스스로 우리 일에 대한 자긍심을 가지지 못하면서 다른 사람들이 우리의 가치를 인정해주기를 바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물론 우리의 위치는 우리가 정해야 된다고 본다. PCO 업무가 단순히 주최측의 의견을 수렴하여 행사를 대행해 주는 위치가 아닌 당당히 서로의 의견을 죽 받고, 때로는 리드해 가면서 성공적인 국제회의 개최라는 큰 배를 운항하는 키를 함께 조정해 나가는 비즈니스 파트너, 즉 동반자의 위치에 서 있도록 해야 한다. 거기에는 ‘내 행사’라는 주인의식이 자리매김해야 가능한 일이라 본다.
 
국내 PCO 업계는 ‘서울 G20 정상회의’의 성공적인 개최에 따른 선호도 증가, 그리고 국가적 차원의 MICE산업 지원 등 큰 기회를 얻었다. 하지만 기회는 또한 위기가 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한국이 세계 PCO 선진국으로 다시 한번 발돋움하느냐 아니면 이대로 정체하느냐, 이는 바로 우리 일에 대해서 얼마나 자랑스럽게 생각하는지, 얼마나 소중하게 생각하는 지에서 결정될 것이다.